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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및 뒷담화 이야기

랑종의 해석과 스토리 및 곡성과의 비교

by 강포졸 2021.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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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곡성'을 제작했던 나홍진 감독이 각본과 제작에 참여하고 영화 '셔터'로 잘 알려진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한 공포영화 '랑종'은 곡성의 세계관의 연장선이며 관객들에게 스스로 해석을 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대략적인 스토리와 곡성과의 비교를 통해 이 영화 해석해 보겠습니다. 

 

랑종의 해석과 스토리 및 곡성과의 비교

 

영화-랑종의-장면
영화-랑종의-장면

 

얼마 전 랑종의 홍보영상을 보고 평가를 해 달라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어요. 한국영화 '곡성'의 제작자인 나홍진 감독과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합작해서 만든 오컬트 공포 영화라는데 무척이나 궁금해지더군요. 그래서 랑종에 대한 스토리와 해석, 그리고 곡성과의 비교를 통해 이 영화에 대해서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궁금한 것은 못 참는 강포졸인 거 아시죠? 

 

랑종의 형식

 

영화가-전개되는-마을
영화가-전개되는-마을

 

태국 북동부에 위치한 작은 시골마을 'Isan', 이곳의 사람들은 사람의 영혼을 포함하여 개, 지네, 나무 등에까지 모든 것에 귀신이 있다고 믿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인 '랑종'은 태국어로 무당이라는 의미인데 한 다큐멘터리 팀이 가문의 대를 이어 대대로 '바얀 신'을 모시던 무당 '님'을 취재하던 중 '님'의 조카 '밍'이 이상한 행동을 보이자 이러한 '바얀 신'의 대물림 과정이 '밍'에게 이어질 것으로 보고 그 과정을 촬영하기 위하여 '밍'에게 허락을 받은 후 촬영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의 존재감이 돋보이며 영화는 흥미로워지는데요. '랑종'은 픽션을 실제상황처럼 연출하는 모큐멘터리 작품으로 기존의 다른 모큐멘터리 작품들과 같이 영상의 대부분이 카메라가 심하게 흔들리는 핸드헬드로 촬영되었고 중간중간에 '님'이나 '밍'과 같은 인물들의 인터뷰와 자막이 나오기 때문에 실제감을 많이 느낄 수 있었고 초반부에는 영화에의 몰입감이 매우 강했습니다. 

 

안개-낀-마을
안개-낀-마을

 

영화는 전통적으로 샤머니즘이 일상이 되어버린 태국의 작은 시골 마을과 빈번하게 안개가 껴 신비롭게 보이는 마을의 이미지를 주기적으로 보여주어 '랑종'의 신비한 분위기와 세계관을 보여주고 오컬트적 요소를 암시함으로써 관객들이 이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해 주었는데요. 

 

그러나 영화의 중반부가 넘어가면서 '밍'의 몸속에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부각되기 시작하는데 그러면서 영화 초반부에 관객들이 느꼈던 알 수 없는 정체에 대한 깊은 공포감은 점점 사라지고 전형적인 모큐멘터리 공포영화식 연출이 반복되면서 실제감도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랑종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구마의식중인-모습
구마-의식중인-모습

 

'랑종'은 '님'의 마지막 인터뷰로 끝나게 되는데 이는 '님'이 죽기 하루 전 인터뷰하는 장면이죠. 저는 이 영화를 보고 '아리 에스더' 감독의 '유전'이라는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유전'의 테마와 같이 '피의 대물림'이라는 주제가 오버랩되더군요. 참고로 '유전'은 넷플릭스에서 방영되고 있답니다. 다시 돌아와서 다큐멘터리 팀에서 촬영을 시작하고 '밍'이 점점 이상한 행동을 보이자 '님'은 이런 이유를 '밍'의 자살한 오빠 '맥'이 그 원인이라 했고 '밍'의 엄마 '노이'는 자신이 '바얀 신'의 신내림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곡성'에서와 같이 왜 하필 딸인 '밍'이냐는 '노이'의 물음에 퇴마사 '싼티'는 '밍'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아산티아'가문이 죄를 졌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는데요. 이것은 영화 '곡성'에서 '종구'의 같은 물음에 '무명'이 했던 대답과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무명'은 '종구'에게 '효진'이 그렇게 된 이유가 "니 딸의 아비가 죄를 졌으며 의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죠. '랑종'에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들의 죄가 후손들에게 대물림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님'의 죽음은 악귀의 저주인가? 신의 배려인가?

 

구마의식-중인-밍
구마의식-중인-밍

 

'싼티'는 곡성에서 일광과 같은 역할로 '님'이 평소에 알고 지내던 남자 퇴마사인데 '님'의 부탁을 받고 같이 '밍'의 구마 의식을 치르기로 합니다.  

 

영화 초반에 '밍'은 비교적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데 자신이 꾼 꿈을 다큐멘터리 팀에게 말해줍니다. 꿈의 내용은 큰 칼을 든 남자가 칼에 묻은 피를 맛보고 있고 피가 흥건한 바닥에 떨어진 잘린 목이 무언가를 말해주려 했지만 '밍'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는 내용이었죠.

 

그리고 목이 잘려 바닥에 떨어져 있던 것은 '밍'의 소지품에서 발견된 머리만 있는 작은 석상과 바로 '바얀 신'을 모셨던 석상입니다. '님'의 마지막 인터뷰에서는 퇴마의식이 아무런 소용이 없을지도 모른다면서 자신의 몸에 깃든 존재가 '바얀 신'인지 확신한 적이 없다고 말하곤 방에 들어가 슬프게 우는데요. 

 

그렇게 '바얀 신'에 대한 믿음을 잃은 무당 '님'은 다음 날 죽은 채로 발견이 됩니다. 영화에서는 이 죽음을 '라이따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잠이 든 사이에 조용히 죽음을 맞이한다는 의미라고 하네요. 여기서 우리는 2가지의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 '님'이 죽은 자리에 어질러진 제단과 들끓는 구더기들을 보면 그 죽음이 보통의 죽음이 아니며 이는 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렸기 때문에 신의 노여움을 샀거나 혹은 그로 인해 악귀의 힘을 당해내지 못하여 죽임을 당하였다고도 해석할 수 있으나 반대로 그 죽음이 '라이따이'라고 하는 점을 부각하면 '바얀 신'이 그동안 자신을 극진히 모셨던 '님'이 앞으로의 상황을 감당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편안한 죽음을 맞게 해 주었다는 해석도 가능한 것이죠. 

 

퇴마사 '싼티'는 '님'이 죽은 후에도 구마 의식을 진행하기로 하고 '밍'으로 위장한 '노이'의 몸에 악령들을 불러들인 뒤 항아리에 쏟아내고 봉인한 뒤 없애려 했지만 따로 가두어 두었던 '밍'의 방문이 열리는 바람에 '싼티'는 죽고 무당의 피를 이어받은 '노이'의 몸에 무언가가 들어오게 됩니다. 이때 노이는 정신을 차리고 미친 듯이 웃으며 '바얀 신'이 들어왔다며 좋아하는데 과연 노이의 몸에 들어온 것은 '바얀 신'일까요?

 

노이와 바얀 신

 

영화-랑종에서-의식을-진행중인-모습
영화-랑종에서-의식을-진행중인-모습

 

'밍'의 구마 의식을 하던 중 봉인된 '밍'의 방문이 열리게 되자 퇴마사 싼티가 죽어버렸고 싼티가 들고 있던 항아리가 깨지게 되었습니다. 이때 '노이'는 확신에 가득 찬 모습과 목소리로 '바얀 신'이 느껴진다며 퇴마 사제들에게 깨진 항아리 조각을 모으도록 시켰고 각자가 들고 있던 향을 모두 달라고 요구하죠. 이들에게 향을 받아 든 '노이'는 모아 든 향들을 모두 꺼버리는 행동을 하게 되고 그러자 향을 주지 않은 카메라맨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개와 짐승들에 빙의되어 주변 사람들을 해치기 시작하죠. 

 

이런 현상으로 보아 향은 사람들이 빙의되지 않게 지켜주는 부적의 일종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노이'가 자신이 '바얀 신'이라며 그 향들을 모두 모아 꺼버린 것은 오히려 '노이'가 악귀에 빙의되어 '바얀 신'의 흉내를 내고 그 향들을 꺼버리기 위함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만약 '노이'의 몸속에 들어온 것이 진짜 '바얀 신'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죄를 짓고 신을 믿지 않은 인간들에 대한 '바얀 신'의 벌이라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여러분들은 '노이'에게 빙의된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왜 밍인가?

 

정상이-아닌-밍
정상이-아닌-밍

 

'아산티아'가문은 '밍'의 아버지 가문인데 생전에 운영하던 방직공장이 경제적 위기를 맞자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서 공장에 불을 질러 수많은 생명을 해쳤으며 밍의 어머니인 노이는 대대로 내려오는 '바얀 신'의 신내림을 거부하고 개고기집을 물려받아 수많은 살생을 저지르죠.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조상 대대로 '바얀 신'이 대물림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죄와 저주 역시 대물림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밍은 대대로 내려오는 조상들의 죄와 '바얀 신' 모두를 물려받을 유일한 존재인 것이죠. 밍은 초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이 무당의 존재를 놀리고 '바얀 신'의 존재 또한 믿지 않았기에 그 죄를 물려받아 영화의 마지막에서 강력한 악신이 되었다는 해석도 가능하죠.

 

구마 의식 도중 죽어버린 '싼티'는 '밍'을 열쇠가 꽂힌 자동차로 비유하였는데요. 이러한 '싼티'의 말에 의하면 이는 누구나 '밍'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할 것 같아요. 밍의 몸안에 '아산티아'가문이 저지른 죄와 신을 거부한 '노이'의 죄 그리고 '바얀 신'까지 모두 존재했었다고도 볼 수도 있겠네요. 

 

영화 랑종이 곡성과 비슷하면서도 더 강조된 점은 더욱 끔찍해진 악의 모습과 더 완벽히 가려진 신의 존재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수많은 조상들의 죄와 신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 인간들의 죄가 그 원인이라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 영화에서는 이런 비극들의 원인이 신의 노여움 때문인지 악귀들의 보복인지에 대해서 그 결론을 관객들에게 떠 넘기고 있습니다. 어떤 해석이라도 가능하다고 보이는데요.

 

영화에서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참혹하고도 끔찍한 일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대대로 내려오는 인간의 죄와 신에 대한 믿음의 부재인데 이는 피해자가 납득할 수도 없고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이유이고 이런 비극들이 발생하는 중에도 신의 존재는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탄식이 바로 오늘날의 세상을 투영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이상으로 영화 랑종의 스토리와 그에 따른 해석과 추가적으로 우리나라 영화 곡성과의 비교를 통해 리뷰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아직 이 영화를 못 보셨다면 이런 의미와 해석들을 생각하시고 보시게 되면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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